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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 공동체 이야기] 볼리비아 산훌리안
작성자 성가소비녀회 조회수 152 작성일 2026.10.01
취약함 안에서 함께 살아가는 생명공동체


볼리비아산훌리안 이야기




  • 가정 방문으로 시작된 길


2010년 12월 20일, 볼리비아 산훌리안에서 유 마리루나 수녀님과 김 아드리아나 수녀님이 가정 방문 사도직을 시작했습니다. 어느덧 약 16년의 시간이 흘러 그동안 공동체 안에서 일어난 변화와 현지인들의 삶 속으로 들어가기 위해 기울여 온 노력을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긴 여정을 모두 서술할 수는 없지만, 지금의 자리에서 지난 시간을 되돌아보며 우리의 삶과 사도직을 나누어 보고자 합니다.

산훌리안 파견의 목적은 가정 방문입니다. 가정 방문이라는 사도직은 정해진 매뉴얼이나 틀이 있어 그대로 따를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그러기에 공동체 안에서 우리의 생각과 방향을 나누고, 함께 실천하려는 노력이 없이는 이루어지기 어렵습니다. 한편으로는 정해진 틀이 없기에 더욱 역동적이고 경계가 없으며, 우리가 만나는 사람들의 필요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우리의 능력을 무한히 펼칠 수 있는 사도직이기도 합니다.


 

 

  • 만남으로 이어지는 사도직


환자와 독거노인, 장애인 등 취약한 이웃을 방문하는 일을 주 사목으로 하고 있으며, 본당과 공소의 사목도 돕고 있습니다. 또한 다리오 마이세르 학교에 주 1회 상담을 나가고, 올마이키즈를 통해 가난한 아이들이 학업을 지속할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이 모든 사도직은 가정 방문으로 나아가기 위한 소중한 매개가 되고 있습니다.

우리가 만나는 모든 사람을 가정 방문으로 이어 갈 수는 없지만, 그 가운데서도 가난한 이들을 우선으로 찾아가게 됩니다. 

본당에서는 인판시아, 곧 한국의 주일학교와 같은 활동을 통해 짧은 시간이나마 아이들에게 신앙교육을 하고, 자신이 소중한 존재임을 깨닫도록 돕고자 합니다. 공소 사목에서는 첫영성체와 견진반, 복사 모임을 통해 지역 교회의 일꾼인 교리교사를 길러 내고자 하며, 음악학교를 통해 문화적 혜택도 나누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다리오 마이세르 학교에서의 상담을 통해 청소년들이 겪는 문제를 직간접적으로 알게 되었고, 정서적인 면에서 도움을 주고자 하였습니다. 그러나 주 1회 상담만으로는 그들과 깊은 관계를 맺기 어렵다는 것을 느낍니다. 이런 상황에서 아이들의 집을 찾아가는 일도 쉽지 않아, 앞으로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를 함께 의견을 나누며 고민하고 있습니다.

 

 



 

 

 

  • 취약함과 위기 안에서


볼리비아는 현재 경제적 어려움에 처해 있고, 사회복지의 도움을 받아야 할 이들을 위한 지원도 충분하지 않은 실정입니다. 그래서 올해는 의료 지원과 장애인, 독거노인 방문에 더욱 마음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폭넓은 도움을 드리지는 못하지만, 그동안 관계를 맺어 온 이웃들의 치료를 조금이나마 돕고 병원에 동반하여 더 나은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아픈 이들의 곁에 머무르며 병원으로 함께 가는 시간 안에서, 병든 이들을 외면하지 않으시고 다가가시던 예수님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크지 않지만, 그 곁을 지키고 함께 걸어가는 작은 동행 안에서 예수님의 마음과 아픈 이들의 마음을 느끼게 됩니다. 그 과정에서 이웃들이 자신의 소중함을 깨닫고 인간다움을 되찾아 가는 모습을 보며, 저희 또한 위로와 따뜻함을 느낍니다.

 


 

 







 

 

  • 다름을 품는 공동체

 

공동체 삶을 돌아보면서 한 가지 더 깊이 깨닫게 된 것이 있습니다. 바로 ‘다름’에 대한 이해입니다. 두 사람이 공동체를 이루다 보니 많은 일을 할 수 없었고, 그동안 해 오던 일에 소홀해지는 것은 아닐까 하는 불안감과 일이 많다 보니 힘이 부칠 때 예민해져 부딪히는 순간들이 발생하게 되었습니다. 그럴 때 서로의 대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나와 다른 의견과 생각은 맞고 틀림의 문제가 아니라, 서로의 다름이라는 것을 깨닫고 받아들일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다름 앞에서 서로가 내려놓아야 할 것들이 생기면서, 힘들어도 웃으며 함께 살아갈 수 있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것이 공동체 안에서 서로에게 줄 수 있는 소중한 선물임을 조금씩 배워가고 있습니다.


  • 자연을 돌보며 배우는 생명


시간이 흐를수록 기후 변화로 인한 자연재해는 늘어나고, 가난한 중남미 지역의 나라들은 큰 피해를 입고 있습니다. 문화와 경제 발전의 혜택을 충분히 누리지 못하는 이곳 원주민들에게 자연재해는 삶을 더욱 어렵게 만듭니다. 그럼에도 저희는 자연을 가꾸고 돌보는 마음으로 텃밭을 일구어 채소와 과일나무를 돌보고 있습니다. 신선한 먹거리와 과일을 거둘 때면 큰 기쁨을 얻습니다.

 

 







돌이켜 보면 지난 16년 간의 여정은, 황무지 같던 볼리비아 산훌리안에 자리를 잡고자 애써 오신 선임 수녀님들의 노력과 열정 위에 이어져 온 길입니다. 그리고 지금의 저희 선교 생활 역시 누군가에게 무엇을 ‘해 주는’ 시간만은 아니었습니다. 가난하고 아픈 이웃의 삶 가까이에서 함께 울고 웃으며, 저희 또한 많은 것을 배우고 변화되어 온 시간이었습니다.

가정 방문을 통해 한 사람의 삶 안으로 들어가고, 서로의 다름을 받아들이며 공동체로 살아가고, 작은 텃밭을 가꾸어 생명을 돌보는 일. 이 모든 것은 결국 생명과 함께 살아가는 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저희가 할 수 있는 일이 크지 않더라도, 만나는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을 소중히 여기며 우리를 품으시는 하느님과 함께 그들 곁에 머물고자 합니다. 예수님이 걸으셨고, 설립자 신부님과 먼저 이 길을 걸어오신 수녀님들을 이어, 서로의 다름과 이 땅의 자연을 품는 작은 공동체로 한 걸음씩 걸어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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