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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음 나자렛집, 우고리로 떠나다.- 한 지붕 두 가족살이
작성자 성가소비녀회 조회수 47 작성일 2026.06.03

네 고향과 친족과 아버지의 집을 떠나,

 

내가 너에게 보여 줄 땅으로 가거라,”(창세 12)

 

 

 


성가소비녀회 의정부관구의 ‘길음 나자렛집’은 

연로하신 수녀님들이 함께 모여 기도하며 생활하시는 소중한 공동체입니다. 

최근 길음 나자렛집의 노후화된 시설을 정비하는 대대적인 공사가 시작되면서, 

어르신 수녀님들은 공사가 완료될 때까지 양주 우고리에 위치한 관구 본원으로 잠시 거처를 옮기게 되었습니다.

이로 인해 우고리 본원 수녀님들과 길음 나자렛집 수녀님들이 

한 공간에서 동고동락하는 특별한 ‘한 지붕 두 가족’의 삶이 시작되었습니다. 

평생을 살아온 익숙한 자리를 떠나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 하는 고단함 속에서도, 

서로를 보듬으며 비움의 은총을 발견하고 후배 수녀님들과 따뜻한 사랑을 나누었던 

감동의 여정을 수녀님의 생생한 목소리로 전해드립니다.

 

아브라함의 부르심과 우리의 이사

아브라함이 주님의 부르심을 받았을 때 나이가 일흔다섯 살이었다고 성경은 밝힙니다. 

우리 길음 나자렛집 공동체도 노년에 새로운 부르심을 받았습니다. 

정들고 익숙해진 터를 떠나 새로운 땅으로 가라는 부르심이었지요.

양주 우고리 관구 본원으로 이동하기 위해 우리는 주변을 돌아보았습니다. 

버려야 할 것들이 산더미였습니다.

일흔다섯의 아브라함도 우리처럼 주변 정리를 하고 몸과 마음을 가볍게 하여도 

지팡이를 짚고, 워커(보행기)를 밀면서 이동했을까요? 

유목민 아브라함처럼 우리 수도자도 이 땅 위의 순례자라는 것을 실감하는 순간입니다. 

우리는 바리바리 짐을 실은 이삿짐센터 차량과 함께 우고리 본원으로 들어왔습니다.

 

 

함께 봄 - 진단, ‘비우기’

의정부 관구의 실행 목표는 ‘함께 봄 - 진단’이었습니다. 

신나고 설레는 생명공동체를 살기 위해서 우리에게 벗어 던져야 할 것들을 돌아보는 시간이었습니다.

우리 길음 나자렛집도 15년을 살아온 익숙한 주거 공간을 떠나기 위해 정리가 필요했습니다. 

몇 회에 걸쳐 아나바다를 열고 물건을 정리했고, 

노구의 몸으로 새로운 곳에서 꼭 필요한 것들만 추리는 데에는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필요했고 그만큼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추려내는 것도 어려웠지만 체력도 달렸습니다. 

 

아무튼, 그렇게 긴긴 시간을 들여 짐 정리를 하면서 우리 자신의 삶과 마음을 진단하는 과정을 자연스레 갖게 되었습니다.

대전환을 향한 대이동의 시간이 왔습니다. 

사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우리 일상에도 끊임없는 하느님의 부르심이 있습니다. 

대이동의 큰 부르심은 아니더라도 하루하루 살아가다 보면 삶의 구체적인 방법, 습관, 공간, 시간 등, 

내가 익숙해진 양식에서 새로운 또는 다른 양식으로 건너가야 하는 순간이 있으니까요.

그것은 일종의 ‘비우기’의 연속이라 봅니다.


공동체, 충만한 기쁨

관구 본원의 3층으로 주거 공간을 옮긴 우리는 이동을 위한 긴긴 시간의 짐 정리와 비우기 등으로 지쳐있었지만, 

본원의 후배 수녀들과 함께 살아간다는 설렘으로 기꺼이 들어왔고, 

길음 나자렛집의 공사가 완공될 때까지 ‘한 지붕 두 가족’의 삶이 시작되었습니다.

 

전례 생활은 함께하고, 공동체는 나누어져 별도로 살아갑니다. 

음식은 관구 주방에서 준비해 주고 식사는 따로 3층에서 하고 있어요. 

그야말로 한 지붕 두 가족입니다.

하지만 모든 순간이 쉬운 일은 아니었음을 고백합니다. 

방문에는 턱이 있어 워커를 밀고 갈 수 없고, 신발을 벗다가 넘어지기도 하고, 

넘어지면 골절되기도 하는 나이이기에 예상보다 불편함이 현실로 다가왔습니다.

 

그럼에도 가래비 시골 오일장 장날의 활기를 함께 할 수 있는 즐거움도 있습니다. 

하루가 멀다 하고 누군가 넘어져 피를 흘리고, 부러지고, 병원에 가는 일이 속출하기는 하지만 

본원 공동체와 더불어 살아가는 기쁨과 그 생기 덕분에 잘 지내고 있습니다. 

공사가 아니면 언제 관구 본원에서 ‘한 지붕 두 가족’이라는 생활을 해보겠어요. 

 

부활 대축일이 지나고 곧 관구 본원 공동체는 축제의 시간을 마련하여 우리 길음 나자렛집을 초대하였고,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즐겁고 유쾌한 시간을 함께했습니다. 

후배 수녀들과 함께 어우러지는 축제에서 모처럼 생동감 넘치는 하루를 보내기도 했지요.

 

무엇보다 본원 성당에서 본원 공동체와 함께하는 전례 생활의 충만함은 

익숙하지 않은 공간의 불편함을 충분히 감수할 만큼 소중합니다. 

십자가의 길, 성체조배, 특히 성삼일의 전례와 부활 대축일 미사는 

오랜만에 우리 나자렛집에 생기를 불어넣기에 충분했습니다. 

 

우고리 본원 정원을 거닐며 햇빛을 받고 텃밭을 산책하며 생명의 신비를 느껴보고, 

인근 성지 등을 순례하며 기도하는 시간들이 참 행복합니다.

 

 



연피정과 출항식 – 은은한 사명의 시간

5월에는 연피정을 통해 7일간의 사도 성 바오로의 선교 여정을 관구장 수녀님과 함께했습니다. 

사도 바오로의 선교 열정과 여정을 지도로 직접 그려가며 함께해 보는 감동의 피정이 되었고, 

삶이 다하는 순간까지 사명을 다해야겠다는 다짐도 해보았습니다.

 

연피정을 마치고는 관구 본원 공동체와 함께하는 ‘생명공동체 출항식’을 했습니다.

의정부 관구가 ‘신나고 설레는 생명공동체를 향해’ 출항하는 연수를 우리 길음 나자렛집을 시작으로 문을 열게 되었습니다.

이 자리에서 후배 수녀들이 우리를 ‘별자리’, ‘등대’, ‘나침반’ 등으로 표현해 주었습니다. 

참 부끄러웠습니다. "우리 하나하나는 삶이 부끄럽기만 한데 무슨 별자리냐"고 했더니,

후배 수녀들이 "수녀님들 한 분 한 분이 걸어오신 발자국과 삶의 역사, 고유한 은사들이 

후배들에게는 은은한 별자리"라고 말해주었지요. 

감사할 뿐입니다. 

늙어서 몸도 잘 가누지 못하고 성무일도도 잘 찾지 못하고 

귀가 잘 들리지 않아 소통도 어려운 선배들에게 이렇게 귀한 의미를 담은 이야기를 해주었으니까요.

 

우리 길음 나자렛집 수녀들은 출항하는 후배들을 위해 기쁜 마음으로 촛불 춤을 추었고, 

며칠간 숙고하여 적은 메시지도 봉헌하였습니다. 

촛불 춤은 ‘삶의 내면에 간직해온’ 공동체 역사와 전통, 설립 은사를 잘 이어가 달라는 기도였습니다. 

본원 수녀들은 촛불 춤 끝에 그 불꽃을 받아 출항이 이루어지는 곳에 봉헌하며 

잘 이어가겠다는 의미로 저희에게 꽃을 달아주었습니다. 

참으로 아름다운 시간이었습니다. 

후배 수녀들이 총회의 뜻에 따라 신나고 설레는 생명공동체로 살아가기 위해 출항의 돛을 올리는 시점에서, 

축복의 기도와 안수를 해줄 수 있었던 것은 우리 자신에게도 매우 감명 깊은 순간이었습니다.

 

 

 

의미 없는 하루하루의 노년이 아니라, 사명으로 한 걸음 한 걸음 걸어가며 

후배들과 미래에 올 수도자들에게 귀한 유산을 넘겨주어야 한다는 사명감을 깊이 되새기는 요즘입니다. 

관구 본원의 아름다운 공간에서 다양한 모습의 수녀들을 지켜보며 함께하는 기쁨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지금 길음 나자렛집 수녀들은 은은한 달빛, 별빛의 사명을 신실하게 살아내고 있습니다.

 


 

 

 

‘출항식’이란? 

 

성가소비녀회 의정부관구의 수녀님들이 기쁘고 설레는 생명공동체를 이루며 

하느님 나라를 향해 나아가기 위해 마련된 공동체별 연수이자 다짐의 시간입니다.

 

이번 여정 속에서 수녀님들은 각 사도직이 나아가야 할 ‘최종 목적지’를 설정하고, 

그 길에 걸림돌이 되는 ‘버려야 할 것’들을 함께 성찰하였습니다. 

또한 매달 도달해야 하는 ‘경유지’를 선언하며 앞으로의 구체적인 실천 방향을 다짐했습니다.

 


길음 나자렛집 출항식

사도 바오로의 선교 여정처럼, 서로의 취약함을 보듬으며 

끊임없이 쇄신해 나가는 수녀님들의 은총 가득한 출항식 현장을 영상으로 함께 만나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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