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녀원 소식
지금, 성가소비녀회에서 알려드립니다.| [총장 수녀님 말씀] 생명 공동체의 특별한 시간과 일상의 시간 - Sr. 유엘리사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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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성가소비녀회 | 조회수 76 | 작성일 2026.06.0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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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버지께서 여태 일하고 계시니 나도 일하는 것이다”(요한 5, 17) 하신 예수님의 구원적 사명이 펼쳐지는 자리는 갈등과 불확실성으로 가려진 세상입니다.
전쟁이 끊이지 않는 어두운 세상 한 가운데에서 마음의 갈피를 찾지 못하는 날들이 많습니다. 그 갈피 사이로 카드 한 장이 후~욱 마음으로 들어와 머물렀습니다. 마치 거칠게 부는 바람에 요란한 소리를 내며 넘어가던 책장들이 어느 절에 멈추고 가지런히 펼쳐진 책장 위로 햇살이 비치는 듯 했습니다. 카드에는 밝은 빛이 쏟아져 나오는 예수님의 무덤과 무덤 앞에 막 다다른 세 여인의 뒷모습이 그려져 있었습니다.
주간 첫 날 매우 이른 아침, 해가 떠오를 무렵에 무덤으로 갔다. 그들은 “누가 그 돌을 무덤 입구에서 굴려 내 줄까요?” 하고 서로 말하였다. 그리고는 눈을 들어 바라보니 그 돌이 이미 굴려져 있었다. 그것은 매우 큰 돌이었다. … 예수님께서는 주간 첫날 새벽에 부활하신 뒤, 마리아 막달레나에게 처음으로 나타나셨다.(마르 16, 1-4, 9)
마리아 막달레나, 마리아, 살로메 세 여인은 아직 어두운 이른 새벽길을 따라 무덤을 향해 갑니다. 자신들이 무덤을 막고 있는 큰 돌을 치울 수 없을뿐더러 그 돌을 치워 줄 사람이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향유를 사 들고 무덤을 향해 걸음을 재촉합니다.
세 여인이 무덤에 다다랐을 때 상상하지 못한 장면과 마주합니다. 이미 돌은 굴러져 무덤이 열려 있었으며 무덤 안쪽에서부터 희미한 빛이 비치고 있었습니다. 그들은 순간 기쁘고 또 놀라며 조심스럽게 몸을 숙여 무덤 안으로 들어가 보았는데, 무덤 안에 예수님은 계시지 않았습니다. 비어 있었습니다. 여인들은 망연자실합니다. 슬픔이 기쁨과 놀람으로, 놀람이 두려움과 혼란으로 바뀝니다. 그 일이 있은 후 주간 첫날 새벽에 마리아 막달레나에게 주님께서 나타나셨습니다. 세 여성 사도들이 예수님과 함께 한 날들, 특히 수난에서 부활까지 그분과 함께 머물었던 자리는 두려움과 기쁨, 당혹스러움과 슬픔, 기쁨이 함께 공존하는 시간이었습니다. 허망한 것으로 여겨졌던 삶이 비길 데 없는 온전한 기쁨으로 변하는 삶을 경험하는 자리였습니다.
세 여성 사도의 삶에서, 우리는 생명 공동체의 특별한 시간과 일상의 시간을 만나게 됩니다. 우리가 공동체에서 경험하고 있는 두려움, 기쁨, 슬픔, 혼돈, 절망의 순간들이 가장 평범한 날들이며, 거룩한 예수님의 수난, 죽음, 부활이 순환되는 특별하고 결정적인 시간이라는 것입니다.
예수님을 따르며 이런 일 저런 일을 하며 살아가는 평범한 날들에서, 때때로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는 성금요일의 날들을 만납니다.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은 십자가 아래 머무는 것이 두렵고 고통스러워 그럴 듯 하게 자신을 정당화하면서 도망쳐 보지만 갈피를 찾지 못해 길을 헤맵니다. 공동체가 마주하게 되는 두려움과 기쁨이 겉으로 보이는 상황이나 공동체 구성원의 다양한 생각과 실제적인 선택과 같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될 때 낙담합니다. 함께 하는 이들의 취약함, 한계와 제약, 불평등과 여러 양상의 갈등과 억압을 경험하며 당혹스러워하고 원망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시간에서 특별한 시간을 만납니다. 생명 공동체는 함께 사는 이들의 작음과 약함, 가난과 무관심, 크고 작은 제약과 폭력이 없는 공동체가 아니라, 취약함을 돌보고 식별하며 통합해 가는 자리라는 것을 알아가며 두려움과 낙담이 서서히 희망으로 변합니다.
나와 너의 소리 가운데 우리에게 말씀하시는 예언의 소리가 있다는 신비를 알고 놀라며, 함께 서로를 인내하며 경청하고 안전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공동체를 이루려 합니다. 갈등으로 입은 상처가 서로에 대한 사랑과 신뢰를 지워 버린 듯한 상황에서도 하느님께서 사랑과 자비로 현존하고 계심을 깨닫고 슬픔이 기쁨으로 변합니다. 성령 안에서 함께 책임을 지고 함께 식별하는 것이 생명 공동체의 사고방식, 구조, 운영, 관행을 변화시켜 가는 중요한 통로이며 과정이라는 것을 경험하며, 이를 소홀히 하거나 생략하려 하지 않습니다.
생명이 분출하고 순환하는 공동체는 힘이 세고 고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경이로움 한 가운데 있고, 사랑으로 자신을 내어줌으로써 끊임없이 새로워지는 한 사람, 한 사람으로 존재하는 생명 공동체입니다. 혼자라면 못할 선택을 성모님과 여성 사도들처럼 함께 하기에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아래 머물고, 절망 가운데 용기 내어 무덤으로 향하는 삶을 선택합니다. 그 자리에서 생명 공동체는 예수 그리스도를 만나게 됩니다.
예수 그리스도와의 만남이 세 여성 사도의 삶처럼, 우리의 삶을 변화시킵니다. 두려움이 서서히 희망으로, 고립은 교감으로, 슬픔은 함께 하는 사명으로 변합니다. 예수님을 만났을 때, 마리아막달레나가 제일 먼저 공동체로 달려가듯이, 공동체와 함께 하는 사명에서 생명이 분출합니다. 이 생명이 공동체의 어둠을 끄는 빛이 될 것입니다.
예수님의 거룩한 마음 안에 머무는 6월! 하느님께서는 여러 양상의 전쟁과 폭력으로 죽어가는 이들의 십자가 아래로 우리를 초대하십니다. 그 아래에서 예수 그리스도에게서 흘러나오는 마르지 않는 성삼위의 생명을 만나, 이 사랑이 공동체와 함께 하는 사명으로 흘러 들어가도록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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