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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수련 파견 미사(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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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소비녀 작성일17-05-01 11:19 조회25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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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 오랜 만의 귀향처럼 다시 당신 앞에 섰습니다.

가만히 지난날을 돌아보니 34년 전 미지의 세계로 한 발 들여놓고 겁을 먹던 짧은 머리의 지원자가 보입니다. 첫 서약의 설렘으로 볼이 상기된 채 두 손을 합장한 꽃 같은 첫 서약자의 모습도 있습니다.

그리고 반지의 서약으로 조금 더 늠름해진 그러나 자기 안의 고집도 확실하게 자리 잡은 종신서약자의 모습도 있습니다. 그 후로도 많은 시간이 흐르고 수도원 안에도 큰 변화가 있었습니다. 소비녀들은 뿔뿔이 흩어져 각자의 자리에서 열심히 달렸습니다. 주님의 부르심이라 여겨 낯선 땅, 낯선 사람들과 어우러지며 주님이 아파하시는 곳이 우리가 있어야 할 자리로 여겼습니다. 낯설고 두려울 때도 있었지만 우리가 품어야 할 몫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문득 문득 가슴 깊이 무엇인가 아련하면서도 근거를 알 수 없는 아쉬움 같은 것이 있었습니다. 그것이 무엇인지 잘 몰랐었지만 지금은 조금 알 것 같습니다.

 

수녀원에 발을 디딘지 34년의 세월이 지나고 우리들도 많이 변했지만, 철부지 지원자 시절 당신께 눈 맞춤하고 속내를 털어놓던 제대의 십자가 위의 주님은 여전히 침묵하시고 저는 여전히 속내를 털어냅니다. 사순절 막바지에 감실을 너무 열심히 광내다가 금박 칠을 은색으로 변색시킨 순수했던 수련기의 열심이 배어있는 감실도 여전히 같은 모습입니다. 우리의 믿음을 고백하고 충성을 서약했던 이 자리, 성가정의 모든 소비녀들의 눈길이 주님을 향해 열려있던 이 제대와 감실이 있는 이 자리가 우리 마음의 고향인 것을 알았습니다. 그리고 무엇을 향한 그리움인지 깨닫습니다. 해마다 고향을 찾아 떠나는 사람들처럼 내가 수도자로, 소비녀로 존재하는 근거를 탄생시키고 성장시킨 이 자리에로 또 다시 우리를 부르시고 나의 역사와 우리의 역사를 돌아보게 해주신 주님 감사합니다. 세월에 묻혀, 일과 사람들에 묻혀 때때로 놓쳐버린 당신의 시선을 향해 다시 눈 맞춤을 하도록 격려해 주심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늘 그렇게 하셨듯이 부족한 우리를 기다려주시고 넉넉하고 풍성하게 채워주심에 감사드립니다.

수련을 할 수 있도록 모든 배려를 아끼지 않으셨던 총장수녀님과 수녀님들, 제주 강정마을과 진도 팽목항, 밀양, 성주 등 25일간의 순례의 여정 안에서 만난 모든 분들, 그리고 총원공동체 안에서 신부님과 수녀님들의 따뜻한 사랑과 관심과 기도를 통해 차고 넘치도록 채워주셨음에 감사드립니다. 선교지에서 왔다는 사실만으로 우리를 특별대우 해주시며 조금이라도 더 체험할 수 있도록 도와주시고 베풀어 주신 과분한 모든 사랑에 다시 한 번 머리 숙여 감사드립니다.

 

이제 수련을 마치고 다시 자기의 자리로 돌아가도록 파견 받는 오늘 저희가 마음 안에 가득히 담은 이 사랑을 저희의 자리로 돌아가 풀어놓겠습니다. 그래서 더 큰 사랑이 잉태되고 그 사랑이 자라 사람이 살고, 자연이 살고, 지구가 살 수 있는 하느님의 나라가 완성되도록 그렇게 노력하겠습니다. 사랑의 주님 감사합니다! 수녀님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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