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송화의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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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소비녀 작성일16-07-25 15:28 조회3,971회 댓글0건본문
목숨 하나 채송화는
외로움을 지키는 풀이 올시다
바늘이 앉을만한
좁은 터에 살면서 채송화는
조용한 웃음을 지닌 꽃이랍니다
겨자씨처럼 작은 알몸이
깁실같이 가냘픈 뿌리를 내리라고
님은 이 땅덩이를 지어 주셨답니다
나의 봄과 여름을 마련하기 위하여
님은 따뜻이 편 손으로
지구를 바치고 돌려 주십니다
내가 숨 쉬라고 대기가 있습니다
마시라고 맑은 이슬이 있습니다
나는 비로 몸을 씻은 뒤에 고와집니다
님의 노래 머금고
봉오리가 부풀어 오르면
태양은 눈부신 키쓰로 나를 꽃피웁니다
바람은 간들어지게 춤을 추게합니다
나는 오래 오래 살고 싶습니다
낮이면 파란 하늘
밤이면 별들을 바라보며
하늘나라까지 키가 뻗고 싶습니다
최민순 시집 「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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